하..............
이걸 블로그에 쓰기까지 참 오래 걸리고 힘들었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속은 나를 용서하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어쩌겠어요
공익을 위해서 그리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살아가기 위해서 적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어도 그 땐 너무 급했고 호스텔 하루씩 연장하면서 캐리어에서 짐 찾아서 학교 가는 생활을 너무 끝내고 싶었으니까
사기를 당하면 심각하게 자아성찰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됨
9월 4일 목요일, 5일 금요일
참고로 저 바닐라빈 오트밀 저거 시리즈 중에서 그나마 낫지만 (블루베리는 먹다가 버림) 진짜 별로예요
나는 절대 다시 안 삼
왜인지 모르겠는데 WTC 애플스토어 가려고 하면 구글 맵이 자꾸 한 정거장 전에 내리라고 알려줘서 더 걷게 된다는 것을 그 전날 발견해서 이 날은 WTC에서 내림
공강이 두 시간 정도 돼서 그 사이에 은행에 가서 zelle 송금이 어떻게 된 건지 다시 확인했다
근데 은행에서 분명히 송금됐다고 이거 스캠인것 같다고 함
일단 알겠다고 하고 침착하게 나와서 점심은 먹어야 되겠다 싶어서 베이글 먹으러 감
이 날 나와서 먹은거 저거 하나 뿐이었는데 점심 땐 저마저도 다 못 먹음
반 쪽 먹으면서 진짜 스캠인지 확인하려고 그동안 주고 받은 메일 내역 다 확인하다가
루미 공식 지원 센터 메일을 검색했더니
(심지어 공식 어플에도 메일 안 나와 있고 구글링 해야 나옴ㅡㅡ 그러니까 피해가 발생하는거 아니냐 오 잠깐만 이걸로 클레임 더 걸어야겠는데??)
내가 그동안 연락하던 공식 메일 주소에는 철자 하나가 더 붙어있는 것이었다. 로고까지 다 붙어 있는 메일이었는데.
그래서 이때 아 스캠이었구나를 확신함
심장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차분하게 베이글 반 남은 걸 싸서 가방에 넣고 일단 경찰에 전화했다
이게 사람이 큰 일이 나면 더 차분해지는 게 있어서 차분하게 이렇게 저렇게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경찰서에 신고할 때는 아주 불쌍해 보여야 더 도와줄 것 같았음 울면서 해야한다고 판단
내가 아주 큰 돈을 스캠 당했고 나는 가난한 유학생인데 잘 데도 없다고 전화했더니
남자 경관이 꽤나 동정하면서 근처 경찰서로 가보라고 친절하게 주소와 전화번호를 아주 천천히 알려줌
그렇지만 이것때문에 수업을 빠질 순 없었기 때문에 다시 학교에 돌아가서 웃는 얼굴로 수업 다 듣고 경찰서에 갔다
마음이 좀 힘들긴 했는데 그래도 수업 들은 건 잘했다고 생각함
6시 반에 수업 끝나고 바로 출발했지만, 제일 가까운 서인데도 지하철 타고 한 15분 가야했다
캐나다에 있는 친구랑 통화하면서 약간은 내 상황을 받아들이고 농담할 수 있게 됐지만 경찰서에는 무조건 불쌍하게 가야 한다고 판단
문 열면서부터 눈물 장착하고 들어감
들어가면서 메타인지로 아니 살다살다 내가 NYPD에 범죄 리포트를 하다니 이것도 기록할 만한 일이다 싶어서 사진을 더 찍고 싶었지만
가족도 없이 홀로 뉴욕에 왔는데 사기를 당해서 몸 뉘일 곳 하나 없는 불쌍한 아시안 걸 캐릭터에 맞지 않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못 보는 여기까지만 찍음
7시쯤 경찰서 도착했는데 끝나고 나니 9시 넘어있었다
야스민 경관이 하나하나 물어보고 확인하면서 조서 써줬고 뭐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두 번 다시 쓰느라 오래 걸린 듯
금액이 크고 개인이 아니라 조직적인 범죄라 판단되어 형사한테 넘길건데 내 거주 주소가 펜스테이션이라 그쪽 관할로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쓰는 동안 난 울고 설명하느라 지쳐서 아주 배가 고파졌기 때문에 가방에 남은 베이글 반쪽을 너무 먹고 싶었는데
그 역시 캐릭터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렇지만 다음날 발표해야 하는 곡은 외워야겠어서 바인더 꺼내서 악보 보고 있었다
숙소 가는 길에라도 남은 베이글을 먹고 싶었지만 오줌 지린내 나는 뉴욕 지하철에서 뭘 먹긴 불가능해서
결국 숙소 와서야 넋 나가서 나머지 반을 겨우 먹을 수 있었다
와 내가 살다살다 스캠을 당하다니
인스타 로맨스 스캠 계정들 놀려먹으면서
나는 오늘 김 한 장 먹었어 love,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왜 그러고 사니 하던 내가
큰 충격을 받고 자아상이 흔들린 것이 어쩌면 잃은 돈 이상의 스캠 피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게 끝이 아니라 난 아직도 집이 없었다
거기다가 계약중인 집도 한 번 방문하긴 했지만 얘가 잠수타버리면 끝 아니야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불안해짐
이미 계약금도 냈고 서류도 냈는데 이것도 다 이메일로 진행된 거였기 때문에 얼마든지 이것도 사기일 수 있겠다 싶어짐
그래서 내일 몇 시에 들어가는 거냐고 문자했는데 집주인한테 답장이 안 오는 것이었다........
이게 사람을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날까지 제출할 과제 있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11시까지 과제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6시에 일어나서 해야지 하고 잤는데 너무 불안하니까 좀 자다가 2시에 깸
새벽에 깨서 너무 잠을 못 자겠어서 부모님이랑 통화해서 이실직고 하고나서야 조금 잘 수 있었다
경찰서 들어가기 전까진 그래도 괜찮아 받아들이고 살 수 있어 싶었는데
경찰서 가서 한 시간 정도 울면서 얘기하고 두 시간 잡혀 있다가 과제에 치여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이 집도 사기는 아닐까 오늘 그 집 갔는데 문 잠겨 있고 다른 사람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니까
사람이 매우 예민해지고 희망 한 줄기 없는 상태가 되어서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아침 수업 전 한 시간 정도 여유에 학교 상담실을 가려고 일찍 나왔다
아 진짜 10시부터 9시까지 집주인 연락 기다리던 게 제일제일 최악의 지옥이었다
이 상태로 학교 상담실을 가니까 이번엔 피해자 캐릭터용 눈물이 아니고 정말 찐눈물이 펑펑 쏟아짐
예약도 안 하고 갔지만 사람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울고 불안해져 있어서 눈물 터지기 일보 직전이어서 그랬는지 바로 상담해줬다
한 시간 동안 분수처럼 울면서 내가 너무 바보 같고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학교 수업은 너무 좋고 이 기회가 너무 소중한데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고 얘기함
근데 역시 전문 상담인이어서인지 그렇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나니까 마음이 조금 풀렸다
이 날도 개인레슨 포함 수업 세 개 있어서 갈까말까 고민했었지만
스캠 때문에 내가 받는 피해를 늘리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너무 듣고 싶고 나한테 필요한 수업일 것 같아서 다 갔다
그리고 가길 잘했음
한 시간 동안 울고 수분 쪽 빨린 상태로 보이스 레슨 갔지만 그래도 노래 부르고 싶다고 해서 끝까지 했고
발레 가기 전까지 공강 있어서 그 동안에 집을 확인했다!
정말 다행히 이건 사기가 아니었음
진짜 너무 긴장하고 걱정하고 있었어서 집주인 얼굴 보니까 눈물날 뻔 했다ㅠㅠ
집을 보고 나니 마음이 많이 안정돼서 발레 수업 웃으면서 들었고 그다음 퍼포먼스 랩!
여기 수업 다 좋아하지만 이 수업은 특히 노래하면서 연기하기를 여러가지 접근법으로 시도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한다
이 날은 특히 Physical expresttion 위주로 acting through singing 하는 거라 절대 놓칠 수 없었음
내가 내 솔로곡으로 스스로 동선짜서 무대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아니까 더더욱
그래서 이거까지 다 듣고 저녁됐는데 가벽 아직 안 세워졌다 그래서 다음날 이사하기로 했다
그래도 조금 나아진 마음으로 잘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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