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31. 토요일
드디어 한 주가 끝나고 학교에서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주말
이 날이 바로 제 집 찾기의 클라이막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발.......!!)
복습과 과제, 그리고 밀린 일기 쓰기^^ 등등 할 게 아주 많았다
일단 은행 영업하는 동안에 빨리 은행에 돈을 더 넣어야 했기 때문에 아침도 안 먹고 (사실 먹을 게 없었음) 근처 은행을 갔다
나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돈을 미국 계좌에 넣는 것
신한쏠트래블로 많은 돈을 환전해두긴 했지만 그게 다 한국계좌에 있었다
그걸 뽑아서 BoA에 갖다 넣으려는데 실물체크카드가 아직도 안 와서 내가 직접 atm에서 넣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쏠트래블 체크로 atm에서 돈을 뽑아서 BoA 오픈 시간에 텔러한테 돈 넣어달라고 해야 했다
그런데 미국 atm은 다 수수료가 최소 3~4달러기 때문에 최대한 싼 atm을 찾아 주위를 돌아다녔다
일단 펜스테이션 내부에 있는 atm 갔더니 5달러길래 퉤퉤하고 BoA 갔더니 3.5달런데 최대로 뽑을 수 있는 게 1000달러임
아니 천씩 뽑을 때마다 3.5달러 내면 날리는 게 얼마여 난 다음학기 등록금을 이걸로 낼 생각인데
그래서 옆에 citi bank도 가봤더니 거긴 3달러였다! 근데 여기도 1000까지밖에 안 됨ㅠ
크게 실망해서 혹시 뭐 방법이 없을까 텔러한테 물어보려고 다시 BoA에 갔다
그래서 텔러한테
1. 나 체크카드 만들었는데 아직도 배송 안 됐고
2. 거액을 국제계좌에서 뽑아서 여기 계좌에 넣으려고 한다
그랬더니 텔러가 직접 뽑아서 넣어줄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수수료도 없음!!!!
그래서 literally 거액을 미국계좌에 바로 넣었다 문제 해결!
한국에서 환전한 돈 미국 atm에서 뽑으면 수수료 나가니까 텔러한테 뽑으세요 여러분
근데 결제를 하려니까 신한쏠이 안 되고 애플페이에 등록한 체크카드도 안 되는 것이었다
신한쏠은 일일 이용한도 초과라고 해도 잘 되던 애플페이가 왜?
놀라서 다시 BoA에 갔더니 체크카드 새로 신청하면 모바일 체크카드도 새로 나와서 그런 거였다ㅋㅋㅋ
텔러랑 가드랑 얼굴도 익히고 친해진 김에 거기서 화장실도 가고 물도 받음 히
새로 옮긴 한인민박 숙소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안 추워서 너무 좋은데 물이 없어서 물 따로 채워가야 한다
3시에는 미드타운에 집 뷰잉이 예정되어 있어서 거기까지 걸어감
물론 루미한테 젤로 송금도 했고 그 집 뷰잉 기다리고 있었지만, 지난번처럼 언제 엎어질지 모르니까
그리고 난 급하니까
근데 가다 보니 보러 가던 집이 나갔다네.....? 하 어쩔 수 없이 그다음 집으로 향했다
이번에 볼 집은 FiDi 내에 위치한, 학교에서 10-15분 거리 집
위치가 너무 좋아서 처음에 별 기대 안 했는데 건물 가 보니 좋은 아파트였다
도착해서 집주인한테 전화하니 통화하는 목소리도 친절해서 더 호감이 갔음
여기서 집주인을 만났다
젊은 인도인 여자였는데 말도 꽤나 잘 통했고 나를 아주 좋게 본 것 같았다
미국 아파트 다 그렇듯이 어매니티 좋음 로비 휴게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gym도 있다
방에 올라가 보니 새 집이고 수압도 좋음 주방도 쓴 적 없어서 깨끗함!
물론 내 방은 거실을 가벽으로 나눈 두 개의 공간 중 하나라서 침대 하나만 들어가겠지만
지금까지 본 방 중에 가격대비 전반적으로 제일 좋은 컨디션이었음
그래서 집주인한테 나 사실 지금 앱 통해서 보증금 넣어놓은 데가 있지만 너네 집이 너무 맘에 들고 너와 아주 친구가 되고 싶다, 나에게 하루만 시간을 줄 수 있냐 해서 오케이 받아놓았다
그다음엔 루미한테서 연락이 오길 기다림
그쪽 집주인하고도 어제까지 아직 연락이 안 왔다 토요일에 뷰잉하면 되겠지 하는 메일을 주고받았었는데
토요일 오후가 되도록 내가 목요일에 열심히 발로 뛰어서 보낸 송금 확인이 안 되는 것!!!!!
오늘 안에 연락이 와서 뷰잉하고 둘 다 본 상태로 선택하는 것이 베스트고 그 집도 이 근처니까 여기서 기다려봐야지 싶었다
양귀비 씨 처음 먹어보는데 맛과 향이 괜찮았고 잠이 잘 온다는 효능을 기대했으나 그건 잘 모르겠다
씨앗만으론 안 되나
지난번에 비둘기 보면서 나타나지 않는 집주인을 기다렸던 그 공원에서 이번엔 루미의 송금확인 메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어제도 집주인이랑 같이 루미한테 언제 송금 확인 되냐고 물어봤는데 루미가 이딴 식으로 답변했었다
나는 이미 그전 메일에서 송금 증거자료 다 첨부했는데 무슨 이제 와서 뭘 또 컨펌하래? 이전 메일 제대로 확인할 것이지
짜증 나서 답장 씀
이게 어제까지의 메일이었고 이제 난 좋은 매물을 봤고 빨리 결정해야 하기에 오늘 안엔 꼭 결단을 내야 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독촉 메일을 보냄
지난번에 이 놈들이 내가 송금 증명자료로 아무리 얘기해도 안 들어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지난번에도 이렇게 오래 걸려서 일주일 넘게 이러고 있는 내 사정을 좀 봐줘라
그리고 난 송금증명 바로바로 보냈는데 너넨 환불 증명 바로 안 해주는데도 내가 그거 독촉하는 것도 아니잖냐
좀 해줘라
이렇게 보내놓고 나니 이왕 감정에 호소할 거 더 확실하게 불쌍한 척을 해서 어떻게든 반응을 끌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듦
그래 내가 집 구하려면 못할 게 뭐냐 어차피 절차에 벗어난 거 요구하는 건데 더 절절문을 써보자 해서 대단한 절절문을 썼다
거의 시를 써가면서 가족도 집도 없는 불쌍한 유학생임을 강력하게 어필
그저 내 몸 하나 뉘일 공간이 필요할 뿐이야 난 너무 지치고 절망스럽고 우울해
이래도??이래도??
그래도 안 된댄다 심지어 2-3 영업일???? 아니 이미 이틀 지났는데 또다시 개빡침
이젠 정말 융통성 없는 루미 자체에 짜증나버림
다시 전투 모드 돼서 그럼 나 취소할 거다
월요일에 될 거라니
일요일까지면 몰라도 월요일까지는 절대 아까 본 집을 붙잡아둘 수가 없다
그럼 이제 방법은 집주인을 설득하는 것뿐이었다
절절문을 잘 쓰면 집주인이 루미는 허락 안 했지만 지금 집 보러 오라고 할 수도 있잖아? 혹시?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이번엔 집주인한테 메일을 씀
루미 허락은 없지만 그냥 지금 나한테 집을 보여주면 안 되겠니?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너무 이용약관을 대차게 어기는 증거를 남기게 될 것 같아서
잘 지내니? 난 사실 지금도 여전히 오늘 너네 집을 볼 거라는 한 줄기 희망을 갖고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어~~
루미한테 여러 번 얘기했는데 월요일까지는 기다리래
난 사실 지금도 호스텔에서 낯선 이들과 지내면서 학교 갈 때마다 캐리어 뒤져서 옷을 찾느라 너무 지쳤고 절박해
지난주에도 송금 오래 걸려서 집주인이 잠수탔고 그거 환불도 아직 안 들어왔고 그래서 아주 괴롭고 두려워
뉴욕에서 노숙자가 될까봐 두려워서 너한테 보증금 넣으면서도 계속 찾았는데 오늘 좋은 매물을 봤고 거기선 오늘 안에 정해달래
혹시라도 내가 우리 건을 취소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된다면 너무 미안해
그렇지만 나는 정말 오늘 안에 너네 집을 보지 못하면 취소를 해야할 것 같아
루미랑 대화한 증거도 첨부할게
이렇게 보내고 쟤가 답을 주길 기다렸지만 집 보러 오라고는 안 하더라ㅡㅡ
하 ISTJ인 내가 이렇게 하루에 절절문을 두 번이나 썼는데
불쌍한 유학생을 이렇게 취급하는 너네 매우 매정하다
그치만 내가 이딴 걸로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릴 줄 아냐
반드시 맘에 드는 집 들어가고 말 거임
환불도 아무리 오래 걸려도 다 받아낼 거임
두고 봐라 이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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